북한 매체는 어제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비동맹회의 연설을 내세워 “지금 조선반도 정세가 공고한 평화로 이어지는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며 미국엔 ‘적대시 정책 철회’, 한국엔 ‘외세 의존 탈피’를 촉구했다. 북한은 금강산관광과 관련해 실무회담을 갖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도 거부했다.
북한은 최근 거의 연일 대미 압박의 수위를 높여 왔다.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이 나서 ‘불과 불이 오가는 교전관계’를 위협했고, 서열 2위 최룡해까지 내세워 ‘일촉즉발 위기’를 경고했다. 북-미 협상 시한으로 못 박은 ‘올해 말’이 다가오는 데 따른 초조감의 반영일 수 있지만, 진작 예고한 ‘새로운 길’로의 전환을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일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서서히 위기지수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중단을 약속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은 피하면서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핵실험장 복원 같은 도발로 벼랑 끝 전술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남북관계도 파탄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가 그제 금강산관광 전반을 논의하는 실무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별도의 회담을 가질 것 없이 문서 교환 방식으로 하자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시설 철거 문제만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실무회담을 제안하면서 개별 관광 허용이나 이산가족 방문 등 ‘창의적 해법’으로 유엔 대북제재를 우회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방안을 내비쳤다. 하지만 위기 고조에 혈안이 된 북한은 이런 제안에 콧방귀나 뀌지 않았을까 싶다. 정부가 마냥 북한 달래는 것 말고 조만간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응할 ‘플랜B’는 마련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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