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 79곳의 폐지를 강행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어제 “불공정성을 없애기 위해 복잡한 고교체계를 단순하게 바꾸겠다”며 “2025년부터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5년간 2조2000억 원을 일반고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투입한다.
이번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 방안은 조국 사태로 드러난 ‘불평등·불공정 교육’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진단에서 도출된 엉뚱한 희생양 만들기다. 고교서열화는 전국 고교의 3.3%밖에 되지 않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탓이 아니라 공교육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일반고 기피 현상이 심해진 탓이 크다. 일반고와 교사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해법일 텐데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라는 ‘거꾸로’ 해법을 내놓았다. 어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기자회견에서 A자사고 교장은 “(우리 학교는) 모든 교사가 토요일에 출근해 아이들과 진학프로그램을 연구한다. 학부모와도 10번 이상 진로상담을 한다”며 “제자를 사랑하는 게 죄인가”라고 했다.
절차적 정당성도 없다. 2002년 자율적인 학교 운영을 약속하며 도입했던 자사고를 시행령 하나로 단번에 없애겠다는 발상은 독선이자 월권이다. 교육제도의 변경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제도와 운영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진보 교육 진영이 반대하는 대입 정시 확대를 추진하면서 ‘내 편 달래기’ 카드로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인다는 의구심도 지울 수 없다. 2025년이면 차기 정부가 들어선 시점이고 이런 시행령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정치적인 셈법으로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동안 학생과 학부모는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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