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나이 36세, 회사 재직기간 7년, 퇴사 후 약 3년 경과, 자신의 가게를 오픈한지 2년 내외 퇴사자 7명과의 인터뷰를 다룬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을 읽고는 책에 나온 가게를 직접 가보고 싶었다. 그저 좋게만 써준 인터뷰는 아닐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세 군데를 가보았다. 대기업 퇴사 후 디저트숍을 연 김희정 파티셰(과자 장인), 디자인 일을 하다가 식당을 오픈한 김지은 셰프, 20대 초반부터 커피를 만들기 시작해 카페를 연 김도엽 바리스타. 이들이 직접 만든 음식과 커피, 디저트를 맛본 결과는 다행히 기대 이상이었고,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각자의 개성을 담고 있었다.
인터뷰를 읽으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워라밸은 현재 젊은 세대의 직장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워라밸은 어떤 의미일까? 워라밸은 남이 만들어 놓은 조직에서 일할 때는 제일 중요할 수 있지만,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물론 이들도 언젠가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며 사업을 지속하기를 바라고 있다. 자기 가게를 열면서 휴가를 가기 힘들어지고, 피곤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들은 자기만의 것을 이루어가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엄연히 계약 관계에 따라 월급을 받고 일하는 조직(직장)과 나 사이에는 일하는 시간에 있어 법적 제한이 있지만, 조직을 떠나서도 자립할 수 있는 자기만의 개인기(직업)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퇴근 후 자기만의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 즉 직장의 프로젝트가 아닌, 자기만의 직업을 만들고 싶어서 하는 별도 프로젝트 말이다.
직장에서 내가 하는 일이 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때, 혹은 직장일이 싫지 않지만 자기만이 즐기고 싶은 별도의 일이 있는 경우가 있다. 최근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를 낸 김유미 작가는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퇴근 후 오후 7시부터 세 시간씩은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또 다른 삶을 살아왔다. 취미로 시작한 미술은 이제 전시회에 초대받는 전문 작가의 입장이 되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까지 냈다.
술을 좋아하는 직장인은 전문 바텐더가 되려고 자격증 공부를 할 수 있고, 맛집이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퇴근 후 자신이 먹고 읽은 것에 대해 자기만의 인터넷 공간에서 글을 써서 나누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냥 좋아하는 것을 혼자 먹고, 마시고, 읽으면 되지 굳이 블로그나 책으로까지 써서 나눌 필요가 있을까? 물론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혼자 즐기는 것에서 글이나 전시 등을 통해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 공유를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전문성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공유한 콘텐츠가 때로는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특정 반응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이 직장을 떠나서도 자기만의 직업으로서 홀로 설 수 있을지에 대한 나름의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술과 글이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이 술집을 열었을 때 마케팅을 위해서라도 자기만의 콘텐츠를 갖는 것은 차별성이 될 수 있다. 정인성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술을 연결하여 ‘책바’를 열고, 그 경험을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라는 책으로까지 냈다.
직장에서 하는 일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같을 경우 퇴근 후 시간은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내가 다니는 회사나 업계에서 더 오래 일하기 위해 혹은 향후 독립하여 자기 브랜드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회사 업무를 넘어서서 자기만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 그 분야의 자격증을 따거나, 자기만의 공부를 하고 교육을 별도로 받을 수도 있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글로 옮기는 것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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