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설계자들도 “속도조절 실패” 인정한 J노믹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3일 00시 00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J노믹스’ 설계에 참여했던 경제학자들이 임기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정책을 되돌아보니, 좋은 의도로 추진했던 정책들이 속도조절에 실패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J노믹스의 한 축인 소득주도성장은 당초에는 임금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고용 확대로 임금 수준을 자연스럽게 높이는 데 초점을 둔 정책이었는데,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빠른 길을 택하는 바람에 오히려 일자리가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의 자체 평가 가운데 가장 뼈아픈 부분은 “문 정부의 정책들이 경제 주체의 의지를 죽여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린 점”이라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의 지적이다. J노믹스는 시장의 불공정한 관행을 바로잡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의도로 출발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기업의 활력은 바닥으로 떨어진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예견됐던 결과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기치를 내걸었을 때부터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할 것 없이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소비가 주도해 소득을 이끈다는 것은 마차를 말 앞에 두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기억하지 못할 정책 담당자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경기가 좋을 때 과열을 낮추기 위해 고려할 만한 최저임금 인상 같은 분배 중시 수단들을 경기 수축기에 무리하게 적용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경제정책은 민생과 직결된 문제다. “기득권층이 공고해지고 불평등이 커진 상황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는 J노믹스 입안자들의 문제 인식을 인정한다고 해도 구체적 수단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공염불이 되거나 역효과가 난다는 점을 2년 반 동안 지켜봤다. 이제 임기 후반이 막 시작됐다. 같은 정책을 유지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친노동·반기업적인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한이 있어도 기업이 활력을 되찾아 투자를 늘리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정공법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살고 임기 말에라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j노믹스#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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