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때부터 단계별로 법무부에 보고하는 쪽으로 검찰보고사무규칙을 연말까지 개정할 방침이다. 현행 규칙도 각급 검찰청의 장이 중요 사건에 관해 상급 검찰청의 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장관이나 국회의원을 소환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지금도 사전에 보고한다. 문제는 그 범위를 구체화해서 수사의 전(全) 단계로 확장하려는 데 있다. 혐의를 수집하는 단계에서부터의 보고를 의무화하고 일선 지청장, 지검장의 보고 여부를 인사에까지 반영해 그 적용을 실효적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압수수색 당시 이를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 혐의를 수집하는 단계에서의 압수수색은 현재 규칙이나 관행으로는 의무적인 보고 사안은 아니다. 조 전 장관 수사에 대한 여권의 강한 반발에 비춰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사전에 보고받았으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다. 지휘를 하려면 장관이 사전에 사건에 대해 알아야 하므로 보고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혐의는 단번에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 굳어진다. 내사를 한 뒤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찾고 증거를 어느 정도 확보한 단계에서 피의자를 소환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검토한다. 검찰청을 외청으로 두는 체제에서 법무부와 청와대는 피의자를 소환하는 단계에서 알면 충분하다. 그때 누구나 수긍할 만한 정당한 개입의 사유가 있으면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하면서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단계의 수사 내용까지 보고받아 개입의 여지를 넓히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을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대통령이 사실상 혼자서 모든 검사의 인사와 보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선진국에서 찾기 어렵다. 이것만으로도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 강력한 통제권을 쥔 셈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수사 단계마다 보고받는 쪽으로 검찰보고사무규칙을 개정하겠다니 이것은 진정한 검찰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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