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여의도 10배 크기인 2832ha의 산림이 소실됐고, 2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공공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책무를 지닌 지상파 방송사들은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특보를 시작했고 심지어 다음 날 새벽 특보를 시작한 방송사도 있었다. 대부분의 방송사는 자극적인 피해 소식 위주의 방송으로 정작 중요한 대피 관련 정보가 매우 부족했고 수화 통역은 제공되지도 않았다. 청와대 게시판이 ‘국가적 재난 발생 시 각 방송사는 진행 중인 방송을 모두 중단하고 해당 재난에 대한 방송을 편성하길 요청한다’는 국민 청원으로 뜨겁게 달궈지기도 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르면 재난 방송은 재난이나 재해, 또는 민방위 사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시 그 발생을 예방하거나 대피, 구조, 복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 약자의 경우 인터넷이나 재난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재난 상황을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나마 보급률이 높은 TV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재난 방송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아쉬운 사건이었다.
다행히 정부는 최근 재난방송 매뉴얼 개정을 추진 중이고 재난방송에 미세먼지를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올해 초 처음으로 사회적 재난으로 지정된 미세먼지의 경우 새로운 재난이기에 국민들에게 어떻게 알릴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올바른 미세먼지 재난방송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뒤따라야 할까.
먼저 미세먼지의 특성을 파악해 국민이 숨 쉬는 공간의 정확한 미세먼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같은 지역에서도 도로변인지 주택가인지, 같은 장소라도 높이에 따라 그 농도가 다르다. 거기다 미세먼지 농도는 풍향, 풍속 같은 기상 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돌변한다. 또 위치별 지형적 특성과 주위 오염원 유무에 따라 매우 다른 값을 보인다. 따라서 정확한 미세먼지 농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민들이 숨쉬는 3m 이하 높이에 최대한 많은 측정기를 설치해 가능한 한 모든 공기질 데이터를 수집해 보다 정확한 측정값을 실시간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 다음은 이러한 미세먼지의 특성을 재난방송에 접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태풍 같은 기상재해와 산불, 지진 같은 재난은 불시에 발생하므로 주로 발생 시에만 빠른 전달이 필요할 뿐 평상시에는 재난방송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인간이 호흡하는 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고 24시간 항시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따라서 미세먼지 재난방송은 상시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예전 같으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방법이겠지만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의 힘을 빌리면 보다 세분화된 지역별 미세먼지 재난방송은 물론이고 개인 맞춤형 미세먼지 재난방송도 가능할 것이다. 첫발을 내디딜 미세먼지 재난방송이 그동안의 재난방송의 불명예를 씻고 재난방송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하루빨리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