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의 내년 등록금 인상 추진에 대해 즉각 제동을 걸었다. 사립대가 등록금 인상을 추진할 경우 재정 지원을 축소하고 적립금 실태 감사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앞서 14일 사립대 총장들은 “10여 년간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인해 대학 재정이 황폐해졌고 교육 환경은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정책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대학 총장들이 등록금 동결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한국의 대학은 지금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질적인 혁신을 요구받고 있으나 그런 혁신이 일어날 여건은 마련되지 않았다. 등록금은 11년째 동결돼 2008년과 비교해 0.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사립대 연간 등록금은 평균 718만 원으로, 월로 환산하면 한 달 60만 원 수준이다. 물론 상당수 학생에겐 부담스러운 액수지만 이는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통제할 것이 아니라 국가 장학금 확충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게 맞다.
등록금 동결에 더해 강사법 시행 등 정책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대학들은 재정 여력이 바닥났다. 인공지능(AI) 전문가 초빙이나 빅데이터 연구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대학이 연구나 건축, 장학 등의 목적으로 조성한 기금으로 그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적립금부터 소진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 위기를 헤쳐 가며 세계 대학과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8월 교육부는 감축해야 할 대학 정원이 정부가 손대기 어려운 규모라며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부실 대학은 도태되고 경쟁력 있는 대학들은 학사운영과 학생 선택권 등에서 자율권을 갖고 스스로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 인위적인 등록금 책정 등 교육부의 온갖 규제 아래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며 재정 지원이라는 인공호흡기에 매달린 대학에서 무슨 혁신이 일어나겠는가.
대학 총장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 확충과 우수 교원 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의 기지이어야 할 대학의 경쟁력 추락은 곧 국가 경쟁력의 동반 추락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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