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트위터 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유일한 사람이다. 빨리 행동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또 “곧 보자!”고 덧붙여 3차 북-미 정상회담도 내비쳤다. 이에 북한은 어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을 내세워 “새로운 수뇌회담을 시사하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북-미 간 동향을 보면 지난달 초 스톡홀름 노딜 이후 멈춰 있는 비핵화 협상은 머지않아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미는 최근 주거니 받거니 메시지를 교환했다. 북한이 연합훈련을 비난하자 미국은 ‘조정 가능’ 신호를 보냈고, 북한이 긍정 평가하자 미국은 훈련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화를 재촉한 것이다.
마치 미국은 성난 북한을 달래고 북한은 마지못해 화를 삭이는 듯한 모양새다. 실제로 의회의 탄핵 청문회와 잇단 지방선거 패배로 코너에 몰려있는 트럼프 대통령인 만큼 대북 외교 이벤트로 관심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반면 북한은 더욱 기고만장하다. 김정은은 잇달아 군 시찰을 하며 ‘전쟁 대비’를 주문하는가 하면 영변 핵시설에는 특수궤도차량을 등장시켜 도발 징후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미 요구 수준을 더 높이고 있다. 김계관 담화에선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적대시정책부터 철회할 결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논의에 앞서 체제 안전 보장과 대북제재 해제를 하라는 것이다. 거기엔 북한 인권을 문제 삼지 말라는 협박도 들어있다.
미국으로선 일단 위기를 막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 놓자는 의도겠지만 이렇게 대화에 매달리는 식이라면 제대로 된 비핵화 협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은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다. 하지만 북핵 해결은 사라지고 대화 자체가 목적이 되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정치 쇼’로 흐른다면 그건 위기를 뒤로 미뤄 더욱 키우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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