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통의 문 열었지만 국정 쇄신 기대에 못미친 국민과의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0일 00시 00분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저녁 TV 생중계로 2시간 동안 ‘국민과의 대화’를 했다. 방송사에서 선정한 국민패널 300명의 질문에 대통령이 답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이었다. 이런 형식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이고,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2017년 8월 20일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개최한 대국민 보고대회 이후 두 번째다.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10일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만찬으로 시작한 소통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후유증에 대해 “지난 절반의 임기 동안 가장 큰 이슈였다”면서도 포용적 성장을 위해선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정책의 체감 효과가 없는 원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경제위기론 방어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특히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현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며 시장 상황과 괴리된 인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에 대해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에게 갈등과 분열을 준 데 대해 송구스럽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와 관련해 사과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여당이 정치 공방 차원에서 펼쳐온 주장 이상의 깊이나 균형감각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공수처를) 공약했다”며 공수처 반대를 ‘정파적’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공수처가 아니라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약속했던 것이며, 정부 여당의 공수처 안에 대한 찬반 논란을 정파적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전반적으로 어제 국민과의 대화는 국정 현안에 대한 깊이 있고 밀도 있는 논의 대신 패널이 질문하면 대통령이 원론적 답변만 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쌍방향 소통보다는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메시지 전달에 치우쳤다.

지난 2년 반 동안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정책 목표가 현실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출범 당시 내걸었던 소득주도성장 등 주요 정책 기조는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임기 절반 동안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며 정책 기조 유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과감한 국정 쇄신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더 열린 마음으로 귀를 열고 겸허히 임기 전반기 국정 성적표를 성찰하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국민과의 대화#최저임금#조국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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