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문화,도심을 엮은 神의 한 수[이중원의 ‘건축 오디세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0일 03시 00분


<20> 시애틀 아마존 캠퍼스

왼쪽은 시애틀, 오른쪽은 아마존 캠퍼스 다이어그램이다. 사우스레이크유니언 지역과 데니트라이앵글 지역을 데니웨이가 가른다. 오른쪽 그림에서 점선 안의 건물들이 아마존 캠퍼스 1차(위), 2차(아래)다. 점 찍힌 도형들은 아마존이 임차한 건물들이다. 그림 이중원 교수
왼쪽은 시애틀, 오른쪽은 아마존 캠퍼스 다이어그램이다. 사우스레이크유니언 지역과 데니트라이앵글 지역을 데니웨이가 가른다. 오른쪽 그림에서 점선 안의 건물들이 아마존 캠퍼스 1차(위), 2차(아래)다. 점 찍힌 도형들은 아마존이 임차한 건물들이다. 그림 이중원 교수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다음 달은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 자리 잡은 지 딱 12년이다. 그동안 아마존은 놀랍게 성장했다. 2007년 약 6000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5만 명을 넘겼고, 회사 주식은 15배 이상 뛰었다. 그동안 아마존 캠퍼스는 무섭게 변신했고, 앞으로도 변신할 것이다. 아마존 캠퍼스가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시애틀 서쪽은 구도심에서 시작해서 해안가를 따라 북상했다. 시간적으로는 19세기 중반에 구도심, 20세기 초반에 도심을 완성했다. 그리고 20세기 중반에 시애틀 엑스포(대표 랜드마크 시애틀 니들)를 업타운에 개최하며 시애틀 서쪽 해안가 개발을 끝냈다.

이에 반해, 시애틀 동쪽은 워싱턴호수를 따라 주택가를 형성했다. 해안가 상권이 북상하자, 주택지역도 퍼스트힐에서 캐피털힐로 북상했다. 두 지역 사이에 낀 지역이 낙후 지역이었던 사우스레이크유니언(SLU)과 데니트라이앵글이다.

아마존이 SLU에 둥지를 튼 것은 2007년 12월이었다. 열한 동의 건물을 앵커시설로 삼으며 아마존 캠퍼스라 불렀다. 개별 건물에도 신경을 썼지만, 아마존이 더 신경을 쓴 점은 건물과 건물 사이였다. 건물 저층부는 유리로 처리해 공공 플라자와 연결했고, 적당한 쉼터와 카페, 밥집을 삽입해 가로 흐름이 토막 나지 않게 했다.

2010년부터 아마존 캠퍼스는 남쪽 데니트라이앵글로 팽창했다. 이곳에는 서울의 남산처럼 도시 중앙에 데니힐이 있었다. 시의 창시자인 아서 데니의 이름을 딴 산이었다. 산이 도시의 북상을 가로막고 있어서 시애틀 리더들은 20세기 초에 산을 밀었다.

산을 기준으로 북쪽은 유니언호수에 평행하게 가로가 있었고, 남쪽은 해안에 평행하게 가로가 있었는데 오늘날까지 데니웨이를 기준으로 아마존 캠퍼스의 남북 가로 패턴이 다른 원인이다. 사실은 가로 방향의 변화가 건물 높이 변화와 함께 아마존 캠퍼스 체험의 묘미다.

최근 데니트라이앵글에 아마존은 2차 캠퍼스의 앵커시설인 도플러(Doppler)와 데이원(Day1) 마천루를 지었고 그 사이에 혁신적인 구조 건축인 ‘바이오필리아’ 유리공(Glass Sphere)을 완공했다. 아마존 캠퍼스 건축가는 삼성 실리콘밸리 본사와 판교역 알파돔, 분당 네이버 사옥을 디자인한 건축기업 NBBJ였다. 2차 캠퍼스 확장에서도 1차 캠퍼스의 가로 활성화와 동네 소통 철학은 잊지 않았다.

아마존은 1, 2차 캠퍼스의 소유 외에도 폴 앨런의 부동산 회사 벌컨으로부터 약 30동 내외의 건물을 임차했다. 12년간 아마존의 고용 성장으로 8000가구가 넘는 새로운 주거가 이곳에 들어왔고, 구글과 페이스북도 캠퍼스를 SLU에 개발했으며 숱한 BT(생명공학) 기업들도 인근에 들어왔다.

건축비평가 알렉산드라 랭은 자신의 저서 ‘닷컴 시티. 실리콘밸리 어버니즘’(2012년)에서 실리콘밸리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의 대형 본사 건축물의 문제점으로 내부지향적인 본사 공간 구조와 거리와의 소통 부재를 손꼽았다. 한마디로 뉴욕과 같은 보행 매력이 실리콘밸리에는 없다고 진단했다. 아마존 캠퍼스는 이 점에서 실리콘밸리 본사들의 단점을 극복했다.

하지만 아마존 캠퍼스의 진짜 신의 한 수는 입지조건이다. 서로 동떨어져 있었던 유니언호수라는 ‘자연 인프라’와 시애틀 엑스포라는 ‘문화 인프라’와 도심이라는 ‘상업 인프라’라는 삼각대 위에 아마존 캠퍼스를 얹었다. 그 덕에 홀로는 이룰 수 없는 각 인프라들의 개별적 힘들이 아마존 캠퍼스에서 모이고 이어져서 엄청난 건축적 파워를 시애틀에 선사한다. 우리 도시를 다시 젊게 할 우리의 아마존 캠퍼스는 무엇이고, 우리의 SLU와 데니트라이앵글은 어디인가? 아마존 캠퍼스의 계획철학과 입지조건은 곱씹어볼 거리를 남긴다.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시애틀#아마존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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