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소미아 D데이, 갈림길에 선 한국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2일 00시 00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내일 0시로 다가왔다. 정부는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지소미아 종료는 불가피하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주요 관계국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며 막판 반전 가능성을 남겨뒀다. 한미일 물밑 외교를 통한 극적인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한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낱같은 희망일지라도 반전 드라마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은 지소미아 종료 이후 한국이 부닥칠 외교적 현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일본과의 안보 협력은 해나가겠다”고 했지만, 지소미아가 동북아 안보구도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그 종료에 대해 주변국들이 내릴 전략적 판단을 감안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소미아 종료는 당장 한일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 것이다.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3개월 동안 한일 간에는 문 대통령 친서 전달 등 다양한 직·간접적 소통 노력이 진행됐다. 양국의 공식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진지한 대화를 해보자는 공감대를 이룬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는 이런 노력을 모두 무위(無爲)로 만들 수 있다. 분위기 회복에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도 알 수 없다.

가뜩이나 흔들리는 한미동맹에는 거센 찬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결렬되고 주한미군 감축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다. 문제의 시작은 과거사 문제를 수출규제로 대응해 무역을 무기화한 일본이고, 그 명분으로 안보적 신뢰 문제를 제기해 지소미아 카드의 빌미를 준 것도 일본이다. 하지만 미국은 한미일 3각 협력을 깬 책임을 주로 한국에 물으며 동맹 현안과 연계할 가능성도 높다.

북한과 중국은 한미일 3각체제의 균열, 나아가 한국의 이탈을 부추기는 이간질에 열을 올릴 것이다. 최근 대외적 위협 수위를 점차 끌어올리고 있는 북한은 어제 문 대통령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거절하면서 우리 정부를 한껏 조롱했다. 고립무원인 한국의 처지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고 얕보며 뭉개고 나선 것이다.

외교는 국가의 자존심이지만 생존과 실리가 걸린 사안에 체면만 앞세워선 안 된다. 외교가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국내 지지층만 바라보는 외교는 자해(自害)적 결과를 낳을 뿐이다. 지소미아는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 정부라고 다를 수 없다. 한일 모두 역사에 후회를 남기지 않을 결정을 해야 한다. 아직 하루가 남아 있다.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한국 외교#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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