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박태일 시인의 ‘풀나라’라는 시집에 실려 있다. 묻혀 있던 우리 고유의 말을 맛깔스럽게 살리고, 묻혀 있던 우리나라 풀잎 이름과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시집이었다. 그 시집에서 다른 시를 제치고 ‘순애와 엄마’ 이야기를 들고 온 것은 내 이름이 민애여서만은 아니다. 언니 이름이 신애여서도 아니고, 친구 이름이 근애여서도 아니다. 이유는 지금이 추워서다. 추워질 때엔 누구든 뜨끈한 것이 필요하다. 어묵 국물은 손을, 우동 국물은 배 속을 따뜻하게 하지만 영혼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사람이고 말이다. 엄마라는 사람, 엄마라는 말은 우리가 평생 뜯어먹고 사는 영혼의 양식이다.
순애가 어디로 왜 떠나는지 알 수 없지만 저 풍경이 낯설지는 않다. 가고 싶어 가는 것이 아니고 보내고 싶어 보내는 것은 아닐 테다. 어머니를 놓고 가는 딸의 마음은 메어 오고, 딸을 보내는 엄마 마음은 미어진다. 안타까운 손짓으로 말을 대신하고, 눈을 비비는 행동으로 마음을 대신하는 장면이 그 심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순애의 이름 대신 당신의 이름을 넣어보자. 세상 모든 순애에게는 걱정하는 어머니가 계신다. 이것이야말로 순애가 잘살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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