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카카오가 22일 산업자본 중 처음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가 됐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면 KT도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정체된 금융업계에 ICT 기업을 끌어들여 새 바람을 일으키고자 2017년 시작됐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고전하다가 이제야 본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송금과 이체를 하는 등 다양한 혁신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지분 규제 때문에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려웠다. 케이뱅크는 대주주 규제에 발이 묶여 대출을 중단하는 등 개점휴업 상태였다. 두 회사 모두 대주주 규제를 벗고 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을 하게 되면 다시 본격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게 된다. 다음 달에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대상자가 발표되면 인터넷전문은행들 간의 경쟁도 가속화할 것이다.
핀테크 기업들이 늘면서 최근 금융혁신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를 확대해 금융전문 자회사를 만들고 통장과 예금 적금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상장과 함께 주식과 보험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말 은행 앱 하나로 여러 은행의 계좌들을 한번에 조회하고 이용할 수 있는 ‘오픈 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제조업은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며 세계 1위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은행 등 금융산업은 오랫동안 예대마진에만 의존하는 천수답적인 사업 모델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ICT 기업들은 기존 금융시장 진출에 안주하지 말고 벤처캐피털과 글로벌 진출 활성화 등 금융산업을 혁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금융당국도 핀테크 혁명이 일어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걷어내고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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