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에서 만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오늘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검찰개혁 관련 법안은 다음 달 3일 부의될 예정이다. 국회의장은 ‘부의 후 60일 이내’에 관련 법안을 상정할 수 있다. 하지만 신속처리안건 법안 철회를 내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여야 내부에서 협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지역구 의석이 28석이나 줄어들게 돼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불만을 달래기 위해 여당 내부에서 지역구 의석을 250석 안팎으로 상향하는 절충안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 정도면 현재 지역구 의석(253석)과 큰 차이가 없어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선거라는 경기의 규칙을 정하는 선거법만큼은 여야가 합의 처리해온 관례를 무시해선 안 된다.
검찰개혁 법안은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 있다. 현재 여당 법안은 공수처가 수사권에 기소권까지 갖고 있어 권한 남용 우려가 크다. 또 추천된 공수처장 후보 2명 가운데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는 구조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 우려가 제기된다. 기소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공수처장 후보를 여야 합의로 단수 추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면 여야 협상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신속처리안건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여당의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 여야가 서로 한 발씩 물러서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제1야당을 배제한 법안 강행 처리와 이에 맞선 반대 투쟁이 격렬해지면 또다시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폭력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협상의 주도권을 쥔 여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합의 처리한다는 자세로 협상에 나서고, 황 대표도 단식을 풀어 본격적인 협상 국면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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