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어제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 여야 교섭단체 3당 간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고 며칠째 중단됐던 예산심사를 재개했다. 국회의 예산안 의결 법정시한(내달 2일)을 닷새 남겨두고 이른바 ‘소(小)소위’에 예산심사를 넘긴 것이다. 다만 심사의 투명성을 위해 속기록을 남기고 언론에 매일 논의 내용을 브리핑하기로 했다.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회의체로 여야가 밀실에서 예산 흥정을 하기 위한 담합의 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15명 안팎으로 구성되는 예산조정소위에서마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예산 항목 조정을 위해 최소 인원이 모여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는 불가피한 장치라지만, 국회도 아닌 호텔방에서 교섭단체 간 주고받기 뒷거래와 지역구 의원들의 쪽지예산 끼워 넣기가 난무하는 밀실 거래였음은 여야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여야는 이런 따가운 비판을 의식해 속기록 작성과 일일 브리핑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소수 참석자들이 입만 맞추면 얼마든지 예산 담합과 끼워 넣기를 하고도 속기록에는 남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예산 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논의를 공개하고 숨김없이 기록하도록 의무화하는 국회 규정이 마련돼야 하지만, 이번엔 여야의 약속에만 기대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올해 예산안은 사상 최초로 500조 원을 넘긴 초(超)슈퍼 예산이다. 어느 해보다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지만 요즘 국회를 보면 과거의 행태에서 하나도 바뀐 게 없다. 지금까지 심사에선 증액 규모가 10조6000억 원이고 감액은 5000억 원에 그쳤다. 지역구 민원 의심이 짙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이 2조 원을 넘는다. 여야 미합의로 소소위로 넘어갈 감액 항목이 많다지만, 국민 혈세에 대한 깐깐한 심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너도나도 지역구 챙기기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여 쪽지예산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패스트트랙 법안과 연계될 가능성도 높아 올해도 법정시한 내 예산안 통과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렇게 졸속 누더기 예산이 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여야가 투명한 소소위 운영을 공언한 만큼 그 최소한의 약속이라도 제대로 지키는지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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