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13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을 겨냥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의 하명(下命)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그제 사건을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관했다. 검찰 수사는 당시 울산 경찰의 표적수사 의혹을 넘어 청와대 개입 가능성까지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의 초점은 김 전 시장 측근과 친인척 비리에 대한 첩보 생성 및 이첩 과정이 적절했느냐다. 검찰은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관련 첩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민정수석실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와 대통령 친족 등으로 제한돼 있다. 선출직 공무원은 감찰 대상이 아니어서 만약 민정수석실이 김 전 시장을 조준해 비리 정보를 수집했다면 직무범위를 벗어난 월권행위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청와대의 하명수사가 있었다면 중대한 선거 개입이다.
지난해 경찰 수사는 착수 단계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3월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 공천을 받은 그날 울산시청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청장)은 절제된 수사를 했다고 했지만 수사 상황은 거의 그대로 언론에 공표됐다. 공개 수사 전까지만 해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김 전 시장의 지지율은 타격을 입었고 최종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에게 패했다.
범죄 혐의가 있으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기간 수사는 관권선거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최대한 신중하게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런데도 울산 경찰의 수사는 거의 공개적으로 진행됐고, 선거일이 임박한 5월에 김 전 시장 측근들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 9개월 만에 검찰에서 이 사건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황 청장은 수사 착수 전에 당시 예비후보였던 송 시장을 두 차례 만났다. 송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인권변호사 시절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과거 송 시장의 후원회장을 맡을 정도로 가까웠다. 청와대는 “하명수사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고, 황 청장도 “울산 경찰은 경찰청으로부터 첩보를 하달받았을 뿐 첩보 원천은 모른다”고 했다. 지나친 의혹 부풀리기도 안 되겠지만 청와대 개입 의혹이 제기된 이상 검찰은 성역 없이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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