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관계를 수교 후 최악으로 몰고 간 원인이 된 일제하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문희상 해법’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재단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것으로 양국 모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4일 일본 도쿄에서 제시한 ‘1+1+α’ 구상은 ‘기억·화해·미래’ 재단을 세워 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일본 기업의 민사상 배상 책임을 사실상 면제하는 안이다. 이 재단은 2014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을 격상한 것으로 갈등의 핵심이 됐던 ‘판결 강제집행’을 기금 지급으로 대신하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 기금은 총 3000억 원으로 1500여 명에게 1인당 2억 원을 주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문 의장은 여야 의원 10명과 다음 달 중순경 특별법 형태로 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도 일한(한일)의원연맹 소속의 한 의원을 문 의장에게 보내 문 의장의 해법을 적극 추진해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다만 국내 피해자들 일부의 반발 등 양국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피해자 일부는 문 의장 안에 대해 “기업과 시민 돈으로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방안” “가해의 역사를 청산하는 대신에 피해자를 청산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일본에서도 협상에 긍정적인 외무성과 수출 규제에 강경한 경제산업성의 이견이 없지 않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을 설득해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일본도 수출 규제 해제는 물론 징용 해법에서도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촉발된 한일 갈등은 올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경제영역으로, 8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통보로 안보영역으로까지 확장됐다. 징용 배상 문제를 풀지 못하고서는 한일 관계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일 갈등으로 양국 모두 경제적 피해가 커지고 있고 안보 우호국으로서의 관계도 크게 훼손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꽉 막힌 한일 갈등이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으로 한숨을 돌린 데 이어 어렵게 마련된 ‘문희상 해법’을 단초로 국면 전환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완벽한 해법이 아니더라도 실마리가 될 만한 것이라면 테이블에 올려 대화를 거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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