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임기를 마치는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현대차 노조가 30년 이상 투쟁해 (평균)연봉 9000만 원을 쟁취했는데 결국 ‘대한민국 10%’ 기득권 세력이 돼 ‘부자 되기 운동’을 한 것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우리만 잘 먹고 잘살자고 하는 임금 인상 투쟁 방향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차기 노조집행부 선거에 나온 후보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고 이와 동시에 부품의 간소화, 조립 공정의 단순화 등으로 감원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하 위원장의 발언에는 이런 격변 속에서 임금 인상을 위해 연례적으로 파업을 벌이는 등 강경 투쟁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문제 인식이 담겨 있다고 보인다.
GM에 이어 다임러그룹, 폭스바겐그룹이 줄줄이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유력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자국 공장에서 인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은 곳은 현대·기아차가 거의 유일하다. 올해 10월 현대차 노사가 함께 구성한 고용안정위원회의 외부자문위원단은 현대차도 생산 공정이 미래 차 위주로 재편되면 2025년까지 제조 인력의 20∼40%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4차 산업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노사와 협력업체 모두가 공멸할 지경에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차기 노조 집행부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모두 ‘정년 연장’이나 ‘총고용 보장’ 등 환경 변화와 동떨어진 공약을 내걸며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자기들만 잘 먹고 잘살려고 하는 귀족노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한국 주요 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노조들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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