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하명 수사·감찰 무마 의혹, 법대로 수사가 논란 잠재우는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일 00시 00분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밑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수사관이 어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리 첩보 수집에 동원된 인물로 지목됐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에서 민정비서관실 직원들이 고래고기로 촉발된 울산지검과 울산경찰청의 갈등을 조정하러 울산까지 내려갔다고 해명했으나 궁색한 변명이라는 의심을 사던 차에 검찰수사관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 실장은 김 전 시장 수사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전 한 차례 사전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검찰은 더 많은 보고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백 전 비서관이 제보만 전달했을 뿐 후속조치는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 것과도 상치된다. 하명(下命) 수사의 의혹을 풀 열쇠는 백 전 비서관이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경찰에 넘긴 제보에 있다. 제보 원본은 검찰이 경찰로부터 압수해 갖고 있다. 김 전 시장에 대한 제보가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에도 접수됐는데 청와대가 경찰에 넘긴 제보는 누군가 내용을 더 보태 가공한 흔적이 있다는 것이 두 제보 내용을 비교해본 검찰 쪽 얘기다. 떳떳하다면 그 제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히면 될 일인데도 “기억에 없다”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하니 의혹이 커져 가는 것이다.

뇌물 혐의로 구속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등장한다. 모두 친문(親文) 핵심 인사들이다. 금융위 국장급 인사를 다루는 대화도 들어 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1심 유죄 선고를 받고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조국 수호’ 서초동 집회를 잇는 여의도 집회에서는 청와대의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김 전 시장 ‘하명 수사’ 의혹을 ‘검찰이 묵혀둔 사건을 냉장고에서 꺼내듯 꺼내 입맛 따라 수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적 쟁점화해 진실 규명의 정당성을 유야무야시키려는 시도는 조국 교수 사건에서 보듯 실패하고 말 것이다. 감찰 무마 및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한 또 다른 그릇된 정쟁화를 잠재우는 길은 검찰이 법대로 철저히 수사하는 것밖에 없다.
#유재수#백원우#하명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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