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어제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 의원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검찰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로 보인다. 추 의원은 판사 출신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법학 교수 출신인 박상기, 조국 전 장관에 이어 다시 비(非)검찰 출신 후보다. 추 의원은 지명 직후 소감에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시대적 요구’ ‘인권과 민생 중심의 법무행정’을 두루 강조했으나 방점은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에 찍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본인과 가족의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지 52일 만이다. 조 전 장관의 장관 임명 강행부터 석 달, 조 전 장관 지명으로부터 넉 달가량 법무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회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올라가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은 형사사법의 기본 틀을 바꾸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입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장관 공백 사태는 하루빨리 해소돼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추 의원은 그동안 국회에서 주로 강성으로 통했다. 국회 상임위원장이나 대표 시절에 노골적인 정파적 발언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검찰이 유재수 감찰 무마와 관련해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다음 날 청와대가 추 의원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했기에 검찰을 향한 정권의 ‘선전포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추 의원은 청문회 절차 등을 거쳐 장관에 임명된다면 이런 우려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고 ‘정치인 추미애’와는 다른 ‘장관 추미애’를 보여주기 바란다.
청와대도 검찰의 유재수 감찰 무마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에 제동을 걸고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듯한 모습을 삼가야 한다. 불충분한 팩트를 토대로 청와대가 변명에 급급하다간 국민의 신뢰만 잃을 뿐이다. 검찰도 과거 수사에서 수많은 별건·표적 수사를 자행해 신뢰가 많이 훼손돼 있다. 누가 봐도 정도(正道)의 수사를 하지 않으면 꼬투리가 잡혀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땅히 검찰에 필요한 권한마저 빼앗길 수 있다. 새로운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는 청와대의 일을, 검찰은 검찰의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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