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CBM 레드라인’ 건드리려는 北의 자기파괴적 벼랑끝전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9일 00시 00분


북한은 어제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서해위성발사장은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다. 북한은 구체적인 시험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CNN은 앞서 5일 동창리 부근 이상 동향이 포착됐다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기 위한 엔진 연소 실험을 재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는 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북한의 발표 직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분간 전화로 엄중한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요청했다고 한다. 백악관이 동창리를 포함해 북측의 추가 도발 징후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은 연일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워 북측 동향을 탐지하고 있다.

북-미 ‘뉴욕채널’의 당사자인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그제 “비핵화는 이미 (북-미 간)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며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라는 것은 미국 내 정치적 의제에 걸맞은 시간 벌기용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를 향해 내년 대선을 의식해 적당히 북한 달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한 것이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는 매우 좋지만 약간의 적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향해 경고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갈수록 수위가 높아가는 북한의 도발 위협은 일촉즉발의 대치 국면을 조성해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 행정부가 한반도 긴장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심리적 임계점을 깨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미국도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는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도 한반도 긴장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신중한 대응 기조를 지켜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판을 깰 수 있다고 협박하는 것은 모처럼 찾아온 개방과 정상국가로의 길을 걷어차 버리는 자기파괴적 행위일 뿐이다. 한미 양국에서 북한의 일방통행을 언제까지 눈감아주고 달래기만 해야 하느냐는 비판 여론이 더 커지고 대화와 협상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다. 북한은 낡고 무익한 전술을 버리고, 진정한 비핵화 협상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icbm#북한#동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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