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를 위해 국민연금 개혁 시급하다[동아 시론/김상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0일 03시 00분


국민연금 개편안 재검토 2년 허송세월
이해 당사자 갈등으로 사회적 합의 어려워
노 전 대통령처럼 정부가 개혁 주도해야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8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개편안을 발표한 후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내년 4월 총선 후에야 국회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발전위원회 발표 후 2년의 허송세월인 셈이다.

2018년 발표된 4차 재정계산에서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2042년 수지적자 발생 후 2057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필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평균소득자가 국민연금에 신규로 30년 가입하면 1억371만 원의 순이익이 발생하며, 1000만 원의 보험료에 대해 2270만 원의 연금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수지균형을 위한 필요보험료율이 20.4%에서 25.0%로 산출됐다. 이는 현행의 9%보다 2배 이상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해야 후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게 됨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험료보다 연금이 많으니 700조 원 이상 적립된 기금도 고갈될 수밖에 없다.

1998년과 2007년의 개혁을 통해 40년 가입 기준 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로 낮추고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높였는데도 기금이 고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급속한 평균수명 연장에 있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 가입자의 경우 1988년 생명표에 따르면 13년 연금을 받지만 2017년 장래생명표에 따르면 23년 받게 된다. 가입자 반발로 보험료율을 인상하지 못한 것도 기금 고갈의 중요한 요인이다. 이미 연금을 삭감하고 수급 연령을 늦추었기에 재정 안정화를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보험료율 인상밖에 없다.

제도발전위원회는 ①소득대체율 45%로 인상, 보험료율 2019년 11%로 인상 후 2034년에 12.31% 적용 ②소득대체율 40% 유지, 보험료율을 10년 동안 13.5%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 지시 후 보건복지부는 ①현행 유지 ②현행 유지하면서 기초연금 40만 원으로 인상 ③소득대체율 45%로 인상, 보험료율 12%로 인상 ④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보험료율 13%로 인상하는 개편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임을 강조하며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정부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한 후 개혁 논의 주체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바뀌었다. 국회에 제출할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10개월간 논의했지만 단일안 도출에 실패하고 8월 ①소득대체율 45%로 인상, 보험료율 즉시 1%포인트 인상 후 5년마다 1%포인트 올려 12% 적용하는 방안(복지부 개편안③에 해당)을 다수안으로 ②현행 유지 ③소득대체율 유지, 보험료율 10%로 인상하는 방안을 소수안으로 제시했다.

국민연금을 개혁할 때 이해당사자의 의미 있는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까? 제도 개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될 미래 세대는 참여할 수 없다. 30∼40년 후 발생할 재정위기의 최대 피해자인 미래 세대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또 개혁으로 손해 보게 될 이해당사자가 참여한 논의기구에서 미래 세대를 배려한 과감한 개혁에 합의할 수 있을까? 2007년의 국민연금 개혁은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서구와 우리나라의 연금개혁에 관한 경험은 세대 간 공평성을 확보하려면 정부가 개혁을 주도해야 함을 보여준다.

2018년 우리나라 공공사회복지지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1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0.1%보다 월등히 낮다. 이는 OECD 국가가 공적연금에 평균적으로 GDP의 8.0%를 지출한 반면에 우리는 3.0%에 불과한 데 주로 기인한다. 그러나 사회복지 제도 확충 없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도 국민연금 제도의 성숙과 고령화로 2060년 우리나라 공공사회복지지출의 GDP 대비 비중은 28.6%로 덴마크(26.8%), 독일(27.7%) 및 스웨덴(25.7%)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43.9%에 달하는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와 낮은 경제성장률에 기인한다.

성장 잠재력의 급속한 하락으로 미래 경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우리 세대의 국민연금 조달 비용은 스스로 책임져야 하며, 우리 세대보다 생활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미래 세대를 위한 과감한 개혁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국민연금#연금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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