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승리하기[동아 시론/양승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1일 03시 00분


국민들, 진영 대결과 거리정치에 지쳐
광장은 이제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협치 통한 국민통합의 시대정신 구현해야
與, 과거형 적폐청산 아닌 미래비전 제시
野, 시대착오 보수 아닌 미래지향적 보수로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정치학회 고문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정치학회 고문
한국 사회가 정치 폭발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일부 국민까지 가세해 내년 4월 총선에서의 한판 대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정치권력을 놓고 재대결을 펼치는 양상이기에 수권과 수복을 위한 사생결단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총선이 대선의 전초전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선거법 개정과 검찰 개혁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여야 간의 투쟁이 조국 사태에 이르러서는 대중이 참여하는 진영 동원전으로 서초동과 광화문 등에서 펼쳐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위기와 패스트트랙 의장 직권 상정 등 온갖 쟁점들이 정치 투쟁의 대상이 되면서 국회는 실종되고 거리정치와 극한 대립이 난무하고 있다.

진영 갈등이 첨예해 적개심과 선동만이 판치고 있어 이성적 설득과 타협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폭력적 사태에 이르지 않아 다행이지만 상호 불신과 적대감은 우려할 만하다. 거리정치가 광장민주주의라 미화되기도 하나 명분 있는 시민불복종운동이 아닌 다음에야 모든 문제를 거리에서 직접 해결할 수는 없다. 민주적 제도와 절차의 붕괴만을 초래할 뿐이다.

우리 국민은 민주화 이후의 선거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균형적 정치의식을 보여 왔고 예외 없이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는 정치세력을 선택했다. 이 시대의 시대정신은 패스트트랙 통과나 좌파 정권 퇴진이 아니다. 협치를 통한 국민통합이다. 다수 국민은 이념 갈등과 거리정치에 넌덜머리가 났다. 안보는 어수선하고 민생은 어려운데 정치는 거리에 판을 깔고 누웠으니 정치에 신물이 나 있다.

정치인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인적 쇄신이니 정책 개발이니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홀리지 않는다. 그나마 40% 이상 초선 의원을 당선시킨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인적 쇄신만이 선거 승리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양적 물갈이보다는 질적인 것이 더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공정한 시스템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

총선의 시기가 대통령 임기의 전반이냐 후반이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선거가 전반기에 있으면 정권 밀어주기 심리가 작용해 여당, 후반이면 정권 심판의 경우가 되기에 야당이 유리한 경향을 보여 왔다. 단,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직후이고 대통령 지지도도 역대 정권 대비 상당히 높아 시기 변수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조국 사태는 공정과 개혁을 기치로 하는 현 정부의 정통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시대정신은 현실의 문제 해결 과제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적폐청산은 마땅히 해야 할 과제지만 지나치게 사람 중심이고 과거 지향적이다. 조국 사태를 보면 기득권층의 특권이 문제지 진보든 보수든 특권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알려 준다. 이는 사람과 제도를 함께 개혁해야 함을 의미하며 개혁이 진보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뜻한다. 탈이념적 협치를 통한 국민통합이야말로 조용한 다수 국민이 바라는 국가 비전이다.

이와 같은 시대정신은 이미 20대 국회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국민적 명령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직전 대통령은 자기 사람만으로 통치하려다 탄핵을 받았으며 현 대통령은 지지, 반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갑자기 안보나 경제의 대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협치하는 일이다. 이것은 당면한 정부 인사에서부터 탕평책을 쓰는 것으로 가능하다.

민주적 제도와 질서를 복원해 국민통합에 힘쓰지 않으면 내년 총선은 필패가 분명하다. 이것은 제1야당도 똑같이 적용된다. 불안정과 혼돈을 통해 정권을 장악하려고 선동과 정부 비방으로 일관한다면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장외투쟁을 멈추고 국회를 정상화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면 정당 지지도부터 급상승할 것이다.

인위적 물갈이만으로 선거에서 승리하던 시대는 지났다. 보수 정당이 승리하려면 보수 대통합을 이뤄야 하며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넘어서야만 가능하다. 과격 집단이나 종교 집단에 얹혀 선거를 치를 것이라면 그쪽으로 흡수되는 편이 낫다. 미래지향적 보수를 건설할 것인가, 시대착오적 보수에 머무를 것인가는 오직 지혜와 용기 있는 자만이 선택할 수 있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정치학회 고문
#총선#진영 갈등#대선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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