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할 때 멸치액젓을 넣는 곳이 있는가 하면 새우젓을 애용하는 지역이 있다. 경기·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역은 새우젓갈문화권, 남해안과 동해안은 멸치젓갈문화권이다. 호남·충청권은 멸치젓과 새우젓이 혼재한다. 해당 지역의 바다에서 어떤 어종이 잡히느냐에 따라 젓갈문화권이 결정된다.
김장철이면 인천 강화군 외포항 젓갈수산시장은 김장용 젓갈인 추젓을 구입하려는 인파로 북새통이다. 강화도는 밴댕이, 젓새우, 숭어, 병어, 실뱀장어, 웅어, 까나리, 황복 등 다양한 어족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어종은 젓새우다. 강화 바다는 한강, 예성강, 임진강을 통해 많은 민물이 유입돼 염도가 낮고 갯벌이 넓어 먹이가 풍족하다. 젓새우 서식지로 최적이다. 덕분에 국내에서 어획되는 추젓의 70%가량을 강화도에서 생산한다. 젓갈시장 좌판을 둘러보면 오젓, 육젓, 자젓, 추젓, 동백하, 데뜨기 등 다양한 이름의 푯말이 꽂혀 있다. 모두 같은 새우지만 잡는 시기와 크기에 따라 달리 부른다. 음력으로 5월에 잡히면 오젓, 6월은 육젓, 8월은 자젓으로 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새우다. 9월과 10월은 추젓, 동백하는 겨울에 잡고, 3∼4월에 잡는 젓새우를 강화도 어민들은 데뜨기라고 한다.
젓새우는 장기세대와 여름세대가 있다. 장기세대는 음력 7월 하순부터 10월 초순경 알에서 깨어나 겨울에 성장을 멈췄다가 4월부터 성장해 5월과 6월경 알을 낳고 1개월 후에 죽는다. 겨울을 나기에 월동세대라고도 한다. 수명은 9∼10개월로, 크게 자라는 오젓과 육젓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름세대는 음력 5월부터 6월 상순에 알에서 깨어나 7월부터 10월 사이에 산란한다. 수명이 3개월 내외다. 동일한 종의 새우인데 산란 시기에 따라 수명이 3배 차이가 난다.
지난해 99km에 이르는 강화도 해안선을 수시로 돌았다. 하루는 해안선에서 가까운 바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어선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곳곳에서 닻을 내리고 있는 모습을 봤다. 조업하는 것 같지는 않고, 정박도 아닌 듯싶었다. 갯벌로 나가는 주민에게 무슨 배냐고 물었다.
“젓새우를 잡는 ‘꽁당배’는 한 번 위치가 정해지면 1년 내내 그 자리에서 조업해요. 배는 고정돼 있지만 밀물과 썰물이 바뀔 때마다 그물을 끌어올립니다. 잡힌 새우는 배 위에서 선별 작업을 하고 곧바로 젓갈을 담가요. 조수가 바뀔 때마다 밤낮없이 하루에 네 번씩 같은 일을 반복하니 선원들이 배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어요.”
선체 꽁무니에 쇠로 만든 봉을 싣고 다닌다 하여 꽁당배, ‘꽁지배’라 하는데 날개를 팔랑거리는 듯 보여 ‘팔랑개비’라 부르기도 한다. 선원 3, 4명이 꽁당배에 체류하며 젓새우를 잡는다. 어획한 새우는 배 위에서 두세 차례 불순물을 걸러낸 후 곧바로 젓갈을 담근다. 밀물과 썰물이 바뀌는 6시간 간격으로 주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작업을 반복한다. 선원들은 2주마다 2, 3일 육지로 나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배로 돌아간다. 조선시대부터 줄곧 배 위에서 새우젓을 담가 왔다. 이렇듯 지난하고 힘든 작업 과정을 거쳐 김장용 젓갈이 만들어진다. 중부권 김장김치 맛은 오래전부터 강화 바다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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