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위기 일본항공 회장 취임한 이나모리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 정리에도 국민들 더많은 실업 막았다며 치켜세워
韓노조는 작업중 와이파이요구… 긴장감공유되는 협력 관계로 만들어야
“소선(小善)은 대악(大惡)이 될 수 있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할 수 있다.”
일본인 기업가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가 한 말이다. 1932년생인 그는 27세에 교세라를, 56세에 KDDI를 창업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0년에는 일본항공(JAL)의 재생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일본항공의 재무 상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던 2006년, 니시마쓰 하루카(西松遙)가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자신의 연봉을 당시 일본항공 조종사 평균 연봉의 절반에 불과한 960만 엔으로 책정했고 전용차를 처분한 후 버스로 출퇴근했으며 사원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저비용항공과의 경쟁 등으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던 일부 사업부문을 정리하지 못했고, 여덟 개 노조에 분산돼 있던 직원들의 연봉을 과감히 삭감하지도 못했다. 적자가 거듭되다 보니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2008년 유가 상승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디지 못한 회사는 결국 도산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선한 사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작은 선은 큰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니시마쓰 사장이 도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한 뒤 당시 일본 민주당 정부는 이나모리에게 일본항공 재생을 부탁했다. 무보수 회장으로 취임한 이나모리는 채산성이 낮은 노선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당연히 인원 삭감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전체 종업원 4만8000명 중 3분의 1인 1만6000명이 직장을 잃었다. 상당한 규모의 채무를 탕감받았고, 그 부담은 채권기관의 몫이 되었다. 공적자금이 출자 형태로 투입되었고,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증자도 실시했다. 채산성이 높은 사업 부문에 집중한 결과 적자기업에서 영업이익 1800억 엔의 고수익 기업으로 탈바꿈했고, 일본항공은 2012년 9월 도쿄 증시에 재상장됨으로써 재건에 성공했음을 세상에 알렸다.
1만6000명이 해고되었지만 일본항공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이나모리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잘 듣지 못했다. 과감한 구조조정에서 드러난 그의 비정이 대선을 위한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 일본인 친구가 이나모리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직원이 직장을 잃었을 것이며 이나모리는 인원 삭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열변을 토하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경영진과 직원 혹은 노조는 어느 정도 대립 관계일 수밖에 없다. 이 대립 관계를 긴장감이 공유되는 협력 관계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리더십의 힘이다. 그리고 이 리더십은 경영진의 비전과 이념이 확실하고 그 비전이 공감을 얻을 때 힘을 받는다. 그래서 이나모리는 그의 경영자 양성 학교인 ‘이나모리숙’에서 실력이나 기술보다 ‘경영자의 이념’을 먼저 강조한다. 이나모리의 경영이념은 ‘전 종업원의 물심양면에 걸친 행복을 추구하는 것과 동시에 인류, 사회의 진보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다. 허황되게 들리지만 많은 일본인이 이 말을 믿는다. 그는 경영자에게는 선천적인 능력보다 삶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피어나는 후천적인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자녀 중 누구도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한편 12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작업 중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일로 노사 간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차량공유 시대가 열리면서 현대차는 생존이 걸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근 노사 간 상생의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보도에 등골이 서늘하다. 노동시간이나 휴식시간에 대한 노사 간 조정이 필요할지는 모르겠는데, 작업 중 와이파이 사용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에 어긋난다. 앞으로 적지 않은 시련을 극복해야 할 텐데, 이 정도 문제로 대립한다면 어떻게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겠는가?
사실 그동안 전격적이고 광범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경영진의 무능이나 내부 반발 혹은 정치권 개입 등으로 인해 혁신과 개혁이 좌절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4차 산업의 대두로 세계가 요동치는 지금, 비정하지만 대선을 이루는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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