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어제 여야 교섭단체들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오늘 해당 법안들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선거법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야당들은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강행 처리를 추진하고 있으나 그들 내부에서도 이해가 엇갈리면서 자중지란을 보이고 있다. 범여권 4+1 협의체는 당초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에 비례대표 연동률 50%까지 의견을 좁혔다. 하지만 민주당이 13일 비례대표 30석에만 연동률을 적용하고, 나머지 20석은 현행 방식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 안대로라면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군소 정당이 얻을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수는 준다. 반면 민주당은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기대보다 의석수 증가 폭이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큰 정의당은 “이럴 거면 우리도 밟고 가라”며 결사적으로 반발했다. 원칙도, 공유하는 가치도 없이 유불리만 따지며 선거법을 주무르고 있는 ‘4+1 연대’의 실체를 보여준다.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 의석수가 적으면 비례대표로 부족분을 채워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표를 줄일 수 있어 현행 소선거구제의 미비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과가 목전에 이르자 대의는 실종되고,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됐다. 민주당과 호남에서 격돌해야 하는 바른미래당 당권파,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2위로 낙선한 지역구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해주는 석패율제에 목을 매는 것도 다르지 않다.
여야가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다가 여론의 질타 끝에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을 통과시킨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이제는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제1야당과 합의 없이 범여권끼리 처리하려다가 자기들끼리 좀 더 먹겠다고 무리해 탈이 났다. 민주주의 국가 운용의 핵심 제도인 선거법을 밥그릇 싸움을 벌여 누더기로 만들어 놓고 강행 처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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