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와 편견[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6일 03시 00분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외모는 바뀌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영화 ‘원더’

집단따돌림에 가담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학교로 전학했다. 2학기가 시작될 무렵이었지만 반 친구들과 금방 어울릴 수 있었다. 같은 날 여자아이 한 명도 전학 왔다. 순이(가명)라는 친구였다. 동시에 전학을 와서인지 나는 그 아이와 나란히 앉게 됐다. 순이는 나와 달리 친구를 전혀 사귀지 못했다. 뚱뚱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은 대체로 짓궂은 법이어서 놀려대기 십상인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순이를 못살게 구는 무리가 있었다.그게 문제가 돼 순이의 어머니가 학교로 찾아왔다. 그날 나는 순이 어머니로부터 “네가 짝꿍이니 잘 좀 돌봐 달라”는 당부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순이와 어울렸다 나까지 따돌림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

영화 ‘원더’에는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우리 반 모습을 그대로 옮긴 듯한 모습이 나온다. 선천적 안면 기형을 치료하느라 오랫동안 홈스쿨링을 하던 어거스트는, 이러다가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 부모의 염려에 따라 인근 초등학교에 편입한다. 하지만 우려했듯 어거스트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깊은 상처를 입고 만다. 가해한 아이들의 부모조차도 어거스트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행스러웠던 건 그들에게 ‘외모는 바뀌지 않으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말해주는 선생님이 있었다는 거다. 영화의 원작 소설 말미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친절이란. 참으로 간단한 일. 누군가 필요로 할 때 던져 줄 수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 우정 어린 행동. 지나치며 한 번 웃어 주기.”

단지 외모만 따지며 나도 누군가에게 별생각 없이 상처가 될 말을 한 건 아닌지, 한 해를 마무리하기 전에 이 말을 다시금 새겨본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내가 만난 名문장#외모#편견#집단따돌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