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열다[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3일 03시 00분


이성애 작가
이성애 작가
“지금껏 수많은 장애물을 거쳐 오면서 스스로에게 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래 나는 할 수 있어.” ―미셸 오바마 ‘비커밍’

인생의 표면은 지구의 표피와 무척 닮아 있다. 숲과 사막은 사회의 특권층과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모습이다. 바다와 강은 물질적 풍요와 빈곤을, 초록에 물든 대지와 잡초마저 허용치 않는 자갈밭은 기회의 불균형을 보는 것 같다. 사막은 숲이 되고자 하나 기후의 도움이 없어 좌절하고, 강은 바다가 누리는 호사를 닮고 싶지만 근접하지 못한다. 자갈밭은 옥토의 여유로움에 분개하나 어쩌질 못한다. 분열은 피할 수 없는 대결이 되고 만다. 법으로 누르고 있는 차별과 불공정은 그다지 소란스럽지 않다. 다만 흐르고 있다고 느껴질 뿐이다.

어느 여름이었다. 딸과 함께 프린스턴대 캠퍼스를 걷는데 딸이 한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 미셸 오바마가 대학 내내 주로 시간을 보냈던 곳이에요.” 그곳은 (그 당시에) 흑인 학생들과 다른 유색인종들의 소셜클럽 건물이었다. 성곽과도 같은 다른 건물들에 비하면 소박한 외관이었다. 그곳에서 미셸은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흐르고 있는 끈질긴 사회적 고정관념과 또다시 마주친다. 그리고 사회적 상승의 기회 앞에 설 때마다 자신에게 수없이 물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래 나는 할 수 있어.”

숲과는 달리 사막은 편집되지 않는 강인함을 갖고 있다. 강은 바다로 흐를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자갈밭도 꿈이 없는 건 아니다. 거대한 포클레인을 만나는 날이면 숨겨진 광물질이 쏟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에는 기후가 있고, 사람에게는 기회가 있다. 기후는 사막을 옥토로 바꿀 수 있는 영향력, 기회는 사람에게 상승과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파워가 있다. 다만 기회의 불균형 앞에서 두려움으로 미리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성애 작가
#미셸 오바마#차별#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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