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수처법, 독소조항 없애고 검찰개혁 본뜻으로 돌아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7일 00시 00분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수정안에 공개 반발하고 있다. 수정안에는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 조항은 공수처가 검경이 수사하는 고위공직자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원안의 조항과 합쳐져 고위공직자 수사를 공수처가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공수처법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지 않았다. 법조계나 언론에서는 공수처법이 검경 수사권 조정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검찰은 조직 이익과 직결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만 집중했다. 검찰은 공수처법 원안에 사건 이첩요구권이 들어 있는 걸 보면서도 각 수사기관이 경쟁해서 수사하면 될 일이라는 식으로 방치했다. 이번에 수정안이 병행수사가 아니라 공수처 독점수사임을 명확히 하자 그제야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공수처법이 형사사법제도 개혁이란 점에서 최소한의 의미가 있으려면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 총량을 늘려야지, 줄이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수정안의 토대가 된 원안 자체가 권력자의 측근 비리에는 눈을 감고 반대세력 비리만 파헤치도록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범죄 인지 시 즉각 통보’라는 추가 조항은 검경의 수사 착수 때부터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 받아 공수처의 의도를 벗어난 수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수정안이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을 변호사 경력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고, 수사관의 자격 요건에서 아예 경력 5년이란 제한을 빼버린 것도 심각한 개악이다. 세월호 조사위, 의문사 조사위 등의 운영 기간이 5년에 미치지 못해 그곳에서 조사 업무를 해본 이들의 경력도 5년에 미치지 못한 점을 고려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전문성보다는 정권 성향에 맞는 사람을 고르기 쉽게 문턱을 낮추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범여권 ‘4+1’ 협의체가 수정한 공수처법안은 24일 오후부터 비로소 알려졌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는 오랜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전혀 논의가 되지 않던 새 조항을 막판에 끼워 넣은 것은 그 조항의 옳고 그름을 떠나 패스트트랙 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민은 아예 논의에서 배제해버린 밀실 야합이다.
#공수처법#검찰개혁#검찰 반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