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쓰게 된 것도 이 배에서였다. 나는 눈이 좋았다. 해양대생은 눈이 나쁘면 입학이 안 된다. 선장이 매시 15분 간격으로 태양 관측으로 선박 위치를 측량하라고 지시했다. 태양을 바로 거울로 보면 안 되고 그늘진 유리를 중간에 끼워야 한다. 정각에 맞추기 위해 급하게 하느라 그늘진 유리를 내리지 않고 밝은 태양을 바로 봤고, 그 탓에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끼기 시작했다. 그래도 선장에게 훌륭한 3등 항해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경이 영광의 훈장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배우면서 나는 선장으로 향하는 길로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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