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7일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유족을 대리해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 중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란 표현 등을 문제 삼아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가 법적 효력을 지니는 조약이 아니라 외교적 합의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가기관의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고 헌재는 외교부 손을 들어줬다.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 엔(약 100억 원)을 출연하는 내용의 합의를 일본 정부와 체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합의를 인정하지 않고 재단을 지난해 해산했다. 그러면서도 합의 자체를 공식적으로 무효화하지는 않았다. 일본은 여전히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제 헌재 결정은 외교적 합의에 대해 사법기관이 개입을 자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헌재는 “위안부 합의는 한일 양국의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라며 “합의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처분됐다거나 한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적 효력은 헌재가 판단한 대로다. 그러나 조약으로 체결할 외교적 합의가 있고 조약으로 체결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 외교적 합의가 있다. 헌재가 조약이 아닌 모든 외교적 합의를 단순히 정치적 합의로 격하해버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서둔 계기는 2011년 헌재의 또 다른 결정이었다. 당시 헌재는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위안부 분쟁을 해결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정 부작위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 이후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서둘렀고 졸렬한 합의가 맺어졌다. 사과를 우선했어야 하는데 헌재 결정이 정부의 외교적 여지를 오히려 좁힌 측면이 있다. 어제 헌재 결정이 외교의 특수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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