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경 수사권 조정, 檢 수사종결권 남겨 경찰 견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6일 00시 00분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시작하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지난해 말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이후 남은 패스트트랙 법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원칙적으로 검찰에는 기소권, 경찰에는 수사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공수처법으로 이미 공수처에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할 권리를 따로 떼어준 데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은 기업 범죄 등 검찰이 직접 수사해온 분야는 상당 부분 그대로 검찰에 남겨놓았다. 한마디로 수사권을 공수처, 검찰, 경찰에 적당히 나눠주는 누더기 같은 조정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담긴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에 대한 이해도 피상적이다. 미국은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가 뚜렷한 나라이지만 검찰은 언제든지 모든 분야의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 다만 가능한 한 개입하지 않을 뿐이다. 유럽 국가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하다. 검경 관계의 핵심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상호 견제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를 기계적으로 이해해 경찰 수사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마저 없애버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지난해 조국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청와대에 있을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합의를 토대로 만들었다.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의 직접수사를 없애더라도 수사지휘권이나 최소한 수사종결권은 검찰에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면 경찰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처럼 수사를 흐지부지하거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서처럼 부적절하게 개입해도 통제할 장치가 사라진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공수처 설치법보다 형사사법 체계의 틀을 더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임에도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이후 여야 간에 심도 깊은 논의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전문적으로 다뤄야 할 분야마저 정략적으로 다뤄선 안 된다. 선진국에 유례가 없는 공수처 설치법처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통과되더라도 언젠가는 뜯어고쳐 바로잡아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민주당#패스트트랙 법안#기소권#수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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