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출신 70명 총선행, ‘청와대 국회’ 만들 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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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6일 4·15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다. 국정기획상황실장 업무를 2명의 비서관이 나눠 맡게 되고 비서관실 통합 등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청와대는 집권 후반기 효율적인 국정 보좌와 추진 동력 확충을 위한 조직 개편이라고 설명하지만, 총선용 ‘돌려 막기’ 인사에 따른 개편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주형철 경제보좌관과 고민정 대변인도 조만간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져 공직자 사퇴 시한인 16일 이전에 또다시 인사와 조직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총선에 출마하려는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출신 인사들은 70여 명에 이른다. 청와대 출신의 출마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많지는 않았다. 물론 이들이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대개 1년 안팎의 청와대 경력은 공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고, 어느 때보다 여러 정당 간 경쟁이 벌어질 총선에선 대통령 지지도 흡수 효과도 기대할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들의 총선 출마 러시를 사실상 조장 또는 방관하고 있다. 공공연히 문 대통령의 권유로, 민주당의 요청에 따라 출마를 결심했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청와대 출신의 공천 경쟁 돌입은 당장 여당 안에서 불공정 논란을 낳고 있다. 나아가 청와대의 공정한 선거관리 의지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근무를 ‘출마 경력 쌓기용’쯤으로 여기는 행태로 인해 정책의 연속성·일관성이 떨어지고 일선 부처들은 혼란을 겪게 된다. 청와대 출신의 여의도 진출이 청와대의 독주(獨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청와대 정부’라 불릴 만큼 온갖 정보와 권한을 쥐고 정부 부처는 관리·집행만 하는 터에 국회까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진출한다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작동할 수 없다. 문 대통령부터 임기 후반에도 집권당, 나아가 입법부에 자기 사람들을 채우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청와대 출신 인사#총선 출마#4·15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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