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그제 저녁 열린 본회의에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포함한 198개 민생법안을 일괄 통과시켰다. 이 가운데 데이터 3법은 수집·활용 가능한 개인 정보의 범위를 늘려 빅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다. 데이터는 ‘미래 산업의 원유(原油)’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바이오헬스, 금융산업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핵심적인 자원이다.
기업들은 하루속히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며 국회와 정부에 요청해왔다. 하지만 개인정보의 대량 유출과 악용을 우려한 일부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2018년 11월 개정안 발의 이후 1년 2개월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통과시켰으니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 낭비와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한 것이다.
데이터 3법 처리가 극명하게 보여준 교훈이 있다면 규제가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거나 완화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일본보다 더 엄격해 대표적인 과잉 규제로 꼽히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관법)만 봐도 그렇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슈가 불거진 올여름만 해도 국회가 나서고 청와대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해서 규제 완화가 곧 이뤄질 듯했지만 환경부와 노동계의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단 규제 사슬은 풀고 개인정보 유출, 안전사고 등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 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이다.
규제 개혁에 관한 한 정부뿐만 아니라 20대 국회도 역대 최악이었다. 5월 폐회를 앞둔 현 시점에서 3884건의 규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대부분이 여러 명분을 갖다대 정부 간섭을 강화하는 내용들이다. 국민 대다수를 불편하게 만들고 기업을 옥죌 소지가 있는 규제는 ‘일단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고치자’는 태도가 용납될 수 없다. 규제 신설은 처음부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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