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겨울의 색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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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친구가 식당을 개업했다. 내부를 리모델링하면서 청색 계열의 색을 사용하였다. 친구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었다고 큰소리쳤다. 내가 보기엔 영 아니었다. 푸른색은 이성적인 색이긴 하지만 차가운 느낌이 든다. 음식을 먹으면서 차갑다는 느낌을 받으면 소화가 제대로 될까? 얼마 후 다시 들렀더니 울상이다. 손님이 뜸하다는 것이다. 돈이 좀 들더라도 밝은 색으로 바꾸어 보면 어떻겠느냐 했다. 친구는 벽은 분홍색, 의자와 탁자는 노란색 계열로 바꿨다. 그 뒤 손님이 늘었다.

색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을 색채심리학이라고 한다. 색채심리학의 연구에 따르면, 보통 적색 계통의 색인 빨강, 오렌지, 노랑 등은 따뜻한 느낌을 주고 파랑, 청록, 하얀색 등 청색 계통의 색은 차갑고 추운 느낌을 준다고 한다. 한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컵 두 개에 다른 색깔의 물감을 섞고 실험을 했다. 물의 온도는 같았음에도 파란 물감을 넣은 컵 안에 손을 넣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붉은 물감을 넣은 컵 안에 넣었을 때보다 더 차갑다고 말했다. 바로 이처럼 색감이나 온도감 등 다른 감각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느낌을 좌우하는 것을 ‘공감각(共感覺)’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색채학자 루이스 체스킨은 색이 질병도 치료한다고 한다. 어떤 공장에서 검은 상자에 제품을 담아 화차로 운반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후가 되면 노동자들이 심한 피로감과 함께 몸의 이상을 호소했다. 고심하던 경영자는 심리학자에게 조언을 구한 뒤 상자를 연두색으로 바꾸었다. 놀랍게도 불평이 없어지고 노동 효율도 높아졌다. 여기에서 검정은 ‘무거운 색’, 연두는 ‘가벼운 색’으로 무거운 색깔은 사람의 심리에도 무거움을 준다.

계절은 무슨 색일까? 봄은 겨울의 어두운 색에서 밝은 색으로 바뀌는 계절이다. 흔히 봄철의 햇빛과 봄바람은 노란색 이미지가 있다. 여름은 폭염이 작열하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냥 느낌으로도 땀이 솟아오르는 붉은색이다. 가을은 하늘에서 시작한다. 투명한 남빛으로 변하면서 부쩍 높아진다. 공기는 맑고 기온과 습도가 낮아지면서 공부하기 좋은 때다. 색깔로 치면 푸른색이다. 그래서 시인들이 봄을 감성의 계절, 가을을 이성의 계절로 부르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겨울의 색깔은 무엇일까? 단연코 눈과 얼음의 흰색이다. 어릴 적 눈만 내리면 강아지랑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마냥 신났다.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면서 행복했다.

‘상징학’에서도 눈과 얼음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본다. 바람에 날리는 눈은 예기치 않은 행운을 나타내며, 스케이트 타는 꿈은 일이 잘될 것이라는 표시다. 고드름을 보면 좋은 동료를 만난다는 징조이고, 고드름을 먹으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한다. 겨울의 대지는 하얀 눈이 세상의 어려움을 덮어주기 때문인지, 행운과 성공을 상징한다. 우리네 시골에서 눈은 풍요와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올겨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비만 줄줄 내리는 회색이다. 왜 그럴까?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날씨 이야기#리모델링#청색 계열#색채심리학#공감각#상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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