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4·15총선을 93일 앞둔 어제 본격적인 보수 통합 대화를 시작했다. 양당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한 지 4일 만이다. 한국당이 통추위의 보수통합 6원칙을 최고위원회 공식 안건으로 올려 추인받겠다고 하자 새보수당이 양당 간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화답하면서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당초 통추위는 ‘혁신과 통합’이라는 원칙 아래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의 대통합을 내세웠다. 6원칙의 하나로 제시된 ‘탄핵 문제가 총선 승리의 장애물이 되면 안 된다’는 항목은 보수 통합의 관건이기도 했다. 한국당이 이런 내용이 포함된 6원칙에 동의함으로써 새보수당이 요구해온 3원칙 중 ‘탄핵의 강을 건널 것’이라는 항목과의 접점을 찾은 것이다.
탄핵 문제를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두지 못한 새보수당 내 반대 의견도 남았고, 범보수를 아우르지 못한 채 양당만의 통합으로 시작한다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보수 통합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급박한 과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야 할 보수의 미래를 위해선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총선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설 명절 이후로 미루다간 서로 싸우다 자멸하는 모습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보수 통합은 여당과 군소 야당이 손잡고 범여권 ‘4+1’ 협의체로 밀실에서 야합하는 행태에 무기력했던 과오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탄핵 문제에 발목 잡혀 서로 싸우느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책임이 보수 정치권에 있다. 그러기 위해선 탄핵 갈등이나 총선 지분 경쟁은 제쳐두고 자유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보수의 토대부터 살려야 한다.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는 용단도 필요하다. 보수 정치권이 갈등과 반목에서 벗어나 타협하고 협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줘야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그 시간이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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