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1단계 무역 합의… 중국 수출 비상 걸린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7일 00시 00분


미국과 중국이 2년 가까이 끌었던 무역전쟁에서 1단계 합의를 하며 휴전에 들어갔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들이 벌이는 싸움에 위축되고 불안했던 글로벌 경제는 일단 짙은 먹구름이 가셨다. 그러나 중국 화웨이 제재를 비롯한 민감한 갈등은 2단계로 넘겨진 데다 1단계 합의 이행 과정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언제든 관세 전쟁이 재개될 수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중국이 막대한 양의 미국 제품을 추가 수입하기로 함으로써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미중은 15일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2년간 2000억 달러(약 232조 원)어치 추가 구매하는 데 합의했다. 그 대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15% 관세를 7.5%로 줄이고, 작년 12월 부과 예정이었던 다른 제품들에 대한 추가 관세는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이 미국에서 추가 수입하기로 한 2000억 달러는 한국의 연간 총 수출액의 33%에 이르는 금액이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공산품 에너지 서비스 등도 포함된다. 중국의 내수량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그만큼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량이 줄어들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말 ‘미중 무역협정의 부작용’이란 보고서에서 미중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의 수입액이 기존과 같을 때 한국은 최대 460억 달러(약 53조 원), 국내총생산(GDP)의 3%가량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한국은 미중 무역갈등의 중단에 안도할 틈도 없이 대중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대국들끼리의 ‘짬짜미 협정’으로 글로벌 무역체계가 인위적으로 재편됨에 따라 향후 경제에 미칠 영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한국은 대중 수출이 전체의 27%나 차지한다. 수출을 다변화해 대중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미중 무역의 틈새시장을 찾는 일이 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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