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검찰 수사를 비판해온 박찬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조국 인권 침해 진정 사건’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은 청와대가 “조국 관련 검찰 수사의 인권 침해를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담긴 공문을 인권위에 보낸 13일 대통령 몫의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청와대 공문이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빚자 나흘 뒤인 17일 국민청원에 참여한 은우근 광주대 교수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시켰다.
박 위원은 인권위의 5개 소위원회 중 하나인 침해구제 제1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 위원회는 검찰 경찰 군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를 다루는 곳으로 조국 사건도 여기서 다루게 된다. 이 위원회의 결정은 파급력이 커 신임 위원에게는 위원장 자리를 잘 맡기지 않는다. 설혹 맡긴다 해도 형사절차를 잘 아는 형법 교수나 판검사 출신에게 맡긴다. 그런데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다른 선임 인권위원들을 제치고 박 위원을 그 자리에 앉혔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이례적이라고 본다.
박 위원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인권위 정책국장을 지냈으며 법학전문대학원이 생기면서 모교인 한양대 교수로 임용됐다. 현 여권에 동조하는 의견을 활발히 표명해 왔으며 조국 수사를 비판하는 글도 수차례 SNS에 올렸다. 진정 사건의 당사자는 어느 위원의 심의·의결 참여가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기피신청을 낼 수 있다. 검찰은 당연히 기피신청을 내야 하고 인권위가 신청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인권위의 신뢰도 자체가 흔들리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청와대가 조국 관련 진정을 접수시키려 한 때와 대통령 몫 상임위원을 임명한 때가 비슷해 ‘조국 구명(救命)을 위해 인권위까지 동원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조국 수사에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면 다른 인권위원들이 잘 판단해줄 것이다. 박 위원은 검찰이 기피신청을 하기 전에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 그것이 양식이고 정도(正道)다. 인권위원은 자신을 변호할 충분한 자산과 인맥을 갖고 있는 정치적 강자 편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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