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항공사의 온라인 익명게시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주변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는 승무원의 이런 글이 올라왔다. 해당 승무원은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엄마가 승무원이라 불안하니 등원을 안 시키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불안한 마음을 이해는 하는데, 승무원 부모를 둔 아이는 다 잠재적 보균자냐. 며칠 전까지는 자랑스러운 엄마였는데 속상하다”고 했다.
승객 접촉이 많은 승무원 등 항공사 직원들이 잠재적 신종 코로나 확진자라는 ‘주홍글씨’로 속병을 앓고 있다. 중국 항공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승무원 A 씨는 한국에서 병원을 가고 싶어도 못 간다고 호소한다.
현재 국내 병원에서는 개인 이력을 치면 중국 입국 이력이 곧바로 확인된다. 대부분의 병원이 귀국한 지 14일이 지나야만 진료가 가능하다며 퇴짜를 놓거나, 거점 진료소나 보건소에 가라고 권유하고 있다. 3, 4일 간격으로 중국을 다녀오는 승무원 입장에서는 사실상 한국에서 제대로 된 진료를 못 받는 것이다. A 씨는 “국내에 있는 중국인도 치료해주는 마당에, 한국인이 제대로 치료조차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행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는 항공사 일반직 직원도 비슷한 처지다. 한 일반직 직원은 최근 어린이집에서 “혹시 중국 다녀오신 적 없느냐, 승무원과 일하거나 공항에서 근무하는 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엄마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승무원 엄마의 아이들과 우리 아이를 함께 놀게 해도 될지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올 정도다.
승무원과 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은 맞다. 그런 이유에서 각종 전염병이 만연했을 때 불안의 눈초리를 보내는 일반인의 시선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항공사 직원들은 오히려 전염병의 위험에 더 철저히 대비한다. 방역과 소독, 예방에 더 적극적이다. 최근 국내 항공사들은 기내 승무원들과 지상직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쓰고 일하도록 했다. 한국 항공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조치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고립된 한국인을 전세기로 데려오는 데 가장 앞장선 사람도 승무원들이었다. 답답하고 불편했지만 철저하게 전염병 관리가 되는 방호복을 입고 자국민을 수송했다. 다녀온 뒤에도 스스로 검진을 받으며 상태를 살폈다. 사실상 누구보다 이번 전염병에 철저하게 관리되는 직업인들이다. 최소한 지금까지 항공사 근무자가 확진자로 판명된 사례는 없다.
철저한 방역과 대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만 특정 집단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이성적인 혐오와 공포는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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