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을 70여 일 앞두고 1석 이상 국회 의석을 가진 원내정당이 모두 10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0석 이상 의석을 가진 교섭단체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2개이며 민중당과 이언주 의원의 ‘미래를 향한 전진4.0’ 의석은 각 1석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처럼 많은 원내정당이 난립한 적은 없었다. 2000년 이후 실시된 총선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은 원내정당이 참여한 것은 2008년 18대 총선으로 당시 6개였다.
원내정당이 난립하게 된 1차적 원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촉발된 보수정당의 분열이다. 새누리당 본류는 자유한국당으로 남았지만 탄핵 찬반을 놓고 새로운보수당, 우리공화당으로 갈라졌다. 구심점을 잃은 바른미래당의 내홍도 군소 야당의 각개약진을 촉발했다. 바른미래당에서 이탈한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 등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모색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한 안철수 전 의원이 주도하는 안철수 신당도 다음 달 1일 독자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겨냥한 비례전문 원내정당까지 가세할 경우 원내정당의 이합집산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난립하는 원내정당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결을 넘어서는 정책이나 비전의 뚜렷한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선 몇몇 명망가 중심의 ‘가설정당’으로 정당 간 인수합병을 통해 지분을 챙기려는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치 중심의 정당 시스템이 수백 년 이어지는 선진국 의회와 대조적으로 선거철만 되면 ‘떴다방’ 정당이 등장하는 한국 정치의 낙후된 민낯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 간 진지한 정책 대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깨어 있는 국민들의 냉철한 한 표 행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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