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알권리도, 국회도 무시하는 추 법무의 공소장 제출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6일 00시 00분


추미애 법무장관은 2018년 6·13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공작 혐의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에 대해 국회가 요구한 공소장 제출을 거부했다. 엿새간이나 아무런 설명 없이 공소장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그제 뒤늦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 간부들은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구를 거부한 사례가 없다”고 말렸으나 추 장관이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거부를 지시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에서의 안건심의와 관련해 서류 제출을 요구받은 국가기관은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한 직무상 기밀이라도 국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선거 공작 의혹을 파헤친 검찰의 공소장이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님은 분명하다.

헌법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형사소송법은 재판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2005년 노무현 정부 이래 법무부는 공소장 전문(全文)을 검찰에서 받아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이 공소장을 공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국회가 판단할 일이다. 국회가 판단할 것을 법무장관이 판단한 것 자체가 장관 자신의 본분을 잊은 월권행위다. 피의 사실을 기소 전에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기소 후에는 그렇지 않다. 과거 검찰이나 법원이 직접 공소장을 공개한 적도 있다.

물론 공소장은 재판에서 항변할 기회를 보장받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공개되면 피의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 그래서 국회도 공소장을 공개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다만 알권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공개하지 못할 것은 없다.

추 장관은 공소장 제출 거부 이유로 ‘인권 침해’를 들었다. 이번 거부를 계기로 모든 공소장 제출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친문(親文) 피의자들을 보호하려다 계속 법을 위반하겠다고 선언한 꼴이다. 공소장 공개는 거부한다고 막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무부나 국회가 공개하지 않아도 재판에서는 어차피 공개된다. 검찰 기소 이후 재판이 시작되기까지는 준비기일을 포함해 적어도 두세 달이 걸린다. 추 장관의 공소장 제출 거부는 4월 총선 때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공소장 공개를 미뤄보려는 꼼수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추미애 법무장관#송철호#백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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