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시절 기숙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을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데, 비교적 직장을 빨리 구한 친구들은 모두 주식을 하고 있었고, 단체 채팅방은 늘 주식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맨날 단체 채팅방 구경만 하다가 재미있어 보여서, 부모님과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거금 100만 원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주식을 한 지는 이제 4개월 정도 됐다.
주식을 하게 된 이후 몇 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가장 큰 변화는 늘 뉴스를 곁에 두게 된 것이다. 나는 퇴근이 늦기 때문에 정규 뉴스 방송을 보기는 힘들어서 법원, 경찰서, 사무실을 오갈 때마다 라디오를 들었다. 평소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흘려들었던 모든 사건, 사고들을 귀담아듣게 되었다. 좋게 포장하자면 사회 전반에 큰 관심이 생긴 것이다.
포털 사이트의 종목 토론 게시판과 모 홈페이지 주식갤러리의 게시물을 보니, 다양한 사연이 있었지만 하나같이 간절하고 생생했다. 늘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는 판결문, 상대방 측 변호사님의 서면만 보다가, 인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글을 접하다 보니 무척 재미있었고, 글을 읽다 보니 내가 현실 세계에 살아 있음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나는 주식에 관하여 두 가지 원칙을 정했는데, 첫째 어떤 일이 있어도 100만 원의 한도 내에서만, 둘째 내가 실제 접할 수 있는 분야의 종목에서만 주식을 매수하기로 했다. 인터넷 게시판의 사연들을 훑어보다가 잘못하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생겼고, 현실적으로 하루에 많아 봐야 1, 2시간 정도만 주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평소 자주 접하는 물건 중 특별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물품의 제조사를 살펴보고, 그 기업이 상장회사인지 확인한 다음 기업정보를 찾아보았다. 인터넷에는 생각보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업정보를 정리하여 제공하는 사람이 많았다. 고심 끝에 몇 개 종목의 주식을 매수했다. 고작 몇 주에 불과하긴 하지만, 나는 이제 어엿한 주주가 된 것이다.
20대 시절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궁핍한 시절이었지만 때로는 뜻밖의 돈이 생겨 몇십만 원 정도 여윳돈이 있을 때도 있었다. 내가 그 당시 지금처럼 주식에 관심이 있었다면, 아마 그 여윳돈으로 주식을 샀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때부터 사회 전반에 더 큰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틀림없이 그 과정에서 인생에 필요한 지혜를 더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쉬운 부분이다.
내가 아쉬운 만큼 지금 청년들이 주식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원칙을 세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지키고, 특히 주식을 빙자한 도박만 하지 않는다면, 주식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 까닭이 없다. 증권계좌를 만들고 주식매매프로그램을 내려받아, 1주라도 좋으니 주식을 매수해서 실행에 옮기시라.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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