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11월 대통령선거 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또 다른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없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10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 없는 북-미 협상에 답답해하며 북핵 이슈에 더는 관심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어제 “백악관과 평양이 지금 각자의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 같다”며 북-미 교착상태 지속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두 국정연설에서도 북한을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정면 돌파’ 장기전을 선언한 마당에 북핵 이슈엔 흥미를 잃었고 어떤 대북 양보도 없을 것이라는 무언의 메시지일 것이다. 다만 정세의 흐름 속에 극적인 찬스를 찾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인 만큼 그런 무관심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그럴수록 북한도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모한 도박을 시도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북-미는 모두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기다림의 승부를 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한 북한은 경제적 궁핍으로 끝내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반면, 북한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들의 핵능력이 커지면서 위협을 느낀 미국이 결국 손을 내밀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 벌기 게임이 고착화되면 결국 극한 대결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북-미 대립 속에 남북 관계는 사실상 종속변수로 전락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우려를 무릅쓰고 북한 개별관광 같은 남북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도 교착의 장기화를 막아보려는 안간힘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마찰까지 감수하면서 한사코 북한에 매달리는 모양새로는 어떤 의미 있는 진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조급증 탓에 정작 한국의 역할이 필요할 땐 북한에 무시당하고 미국의 불신을 받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