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농단’ 판사들 잇따라 1심 무죄, ‘적폐 수사’ 무리 없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4일 00시 00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가 어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현직 판사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6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였던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는 당시 법관의 비리가 포함된 검찰의 ‘정운호 게이트’ 수사 기록과 영장청구서 내용을 신광렬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보고하고, 신 부장판사는 그 정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의 ‘드루킹 사건’ 1심 선고에서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 구속한 지 한 달여 뒤에 기소돼 ‘보복 기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보고를 “직무상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수석부장이었던 신 부장판사가 영장전담 판사들로부터 수사 정보를 보고받아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 것은 사법행정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법관의 비위감독 처리를 담당하는 상급 수석행정기관에 대해 진행된 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법관의 비위사항을 보고한 것일 뿐 사법부를 향한 수사 확대 저지를 위해 수사 기밀을 보고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조, 성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영장전담 판사로서 통상적으로 수석부장판사에게 처리 결과를 보고한 것”이라며 법원 내부의 사전 공모도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이 판결은 1심이므로 유무죄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 14명 중 앞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포함해 1심 판결이 내려진 4명이 모두 무죄를 받았다는 점을 검찰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당시 판사들이 보고한 판사 비위 의혹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상당수 알려지고 있었고 검찰도 수사 상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던 터여서 공무상 비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검찰은 이 정부 출범 초기부터 광범위하게 펼쳐온 ‘적폐 청산’ 수사와 기소 과정에 무리한 부분이 없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사법 농단#적폐 수사#1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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