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반짝반짝 작은 별은 밤하늘에 뜨지 않는다. 대신에 그것은 도시의 아파트촌에 뜬다. 밤이 되면 집집마다 불이 들어오는데 밖에서 보면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처럼 예뻐 보인다. 별만큼이나 많은 저 불빛 중에 내 별은 하나도 없구나 깨닫고 나면 더 예뻐 보인다. 안주철 시인의 시 ‘다음 생에 할 일들’에는 집이 없는 한 부부가 등장한다. 남들은 다 가진 것 같은 돈과 집이 그들에게는 없다. 그래서 아내는 울고, 남편은 우는 아내를 바라본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대신 하는 것을 ‘약속’이라고 한다. 이 시의 남편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없어서 약속을 한다. “다음 생에는 돈을 더 많이 벌어다 줄게.” 지킬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 약속은 ‘슬픈 약속’이 되어 버린다. 집과 돈 대신, 오늘 밤에는 ‘슬픈 약속’을 먹고 잠들어야 하는 이 부부가 어제의 당신네 같고, 오늘의 우리네 같아서 이 시는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다. 모두들 알고 있다. 이 약속이라도 먹지 않으면 배고파서 내일을 살 수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시인은 이번 생이 망했다고 생각할까. 안주철 시인은 그의 시집 맨 마지막 장에 이렇게 써 놓았다. “이 세상에 불행을 보태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오래된 희망은 모두 사라졌지만 새로 만들어야 할 희망은 남았겠지요.” 이 시인은 집이 고픈 것이 아니라 희망이 고픈 것이다. 이 시를 읽는 시간만큼은 별을 갖지 못한, 그러나 별보다 귀한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기원해 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