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봉준호 감독에게 완전히 반했습니다. 대단한 상을 많이 탔기 때문도, 멋진 영화를 선물해서도 아닙니다. 제가 반한 이유는 봉 감독이 시상식에서 보여준 흥겹고 진솔한 태도와 감독상 수상 소감 때문입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당신의 문장을 가슴 깊이 각인시키고 창작을 해왔다는 말. 그 진한 존경과 연결감. 당신이 나의 스승이자 동력이었다는 설명적 인사나 감사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칭찬을 하거나 존경을 표할 때 제일 중요한 요소는 진심입니다.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즉흥적으로 한 말은 진심일 가능성이 높지만 잘못 표현되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오해를 살 수 있죠. 봉 감독의 수상 소감도 즉흥적이었던 것 같지만 오랫동안 마음속에서 정리되어 있던 말이 전달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요소는 디테일입니다. 그 사람의 무엇을 칭찬하거나 존경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이왕이면 봉 감독처럼 상대와의 개인적 경험이나 숨겨져 있던 특성을 인용하면 더 효과적이죠. 그것을 짧고 쉽게 말한다면 최고의 찬사가 될 것입니다.
세 번째는 태도와 타이밍이죠. 적시적소에 따뜻하면서도 진지하게 눈을 들여다보며 말해주고, 상대방이 반응할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합니다. 긍정적인 반응이라면 함께 기뻐하고, 시큰둥한 반응이라 해도 따뜻함을 잃지 말아야 진정성이 전달되죠. 봉 감독은 그 모든 요소들의 특출한 시범 사례였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매우 감동적인 반응을 보여줬죠.
제가 노래라는 열병을 앓고 있었을 때 ‘어둠, 나의 친구. 너에게 들려주고 싶어, 이 침묵의 소리를’이라는 노랫말은 제가 만들어야 할 노래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제가 큰 상을 탈 일은 없겠지만 언젠가 폴 사이먼을 만난다면 말해주고 싶습니다. “사이먼 형님, 형님의 노래를 들으며 제 침묵 속에 아우성치는 내면의 소리를 형님처럼 노래로 언어화시키려 노력했습니다. 한참 부족한 후배지만 사랑합니다!”
참고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은 심리학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창의력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새로운 자극과 상황을 통해 얻은 새롭고 개인적인 깨달음을 뜻하는 독창성과 그 개인적 생각이 타인들에게도 적용되는 유용성이죠. 아마도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러한 창의력의 진행 과정을 말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에게만 의미 있었던 생각이 일상생활이나 특정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전파되고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 그 새로운 이해나 방법을 과학이나 예술을 통해 더 유용한 것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요.
개인적인 새로움은 고통스럽게 자신의 내면을 꾸준히 직시할 수 있는 인내와 열정, 역경을 극복하는 용기, 그다음 바깥을 의문을 가지고 다른 관점으로 보려는 호기심과 지적 능력과 공부가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늘 내면이 먼저죠. 늘 내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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