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의 돌연사가 이어지고 있다. 열대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바오바브나무는 2000년 이상 살 수 있기에 일생 동안 죽는 것을 보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도 최근 수년간 돌연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8년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오바브나무의 돌연사는 지구온난화로 비롯된,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일어난 현상이다.
바오바브나무의 사례처럼 지구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눈에 보이는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유난히 따뜻했던 이번 겨울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 재앙과도 같았다. 미국의 기상학자 조 워즈니키에 따르면 미국의 난방 수요는 최근 10년 평균값보다 12% 낮았으며 아시아는 14%, 유럽은 13% 낮았다. 북반구 전체적으로 따뜻한 겨울에 난방 수요를 10% 이상 줄인 셈이다. 난방 수요의 감소는 석유나 천연가스의 소비 감소를 불러왔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난방용 화석연료로 꼽히는 천연가스의 경우 미국 선물시장에서 전년보다 가격이 30% 하락한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면 당장 국가 수입의 40%를 석유와 천연가스 판매에 의존하는 러시아발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덮칠 수도 있다.
최근 전 세계적 이슈가 된 산불도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산불은 큰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전문가들은 산불 규모가 커지는 이유로 지구온난화 때문에 건조한 지역이 늘어나는 것을 꼽았다. 지난해 11월 발생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해 보험사에 청구된 보험금만 14조 원에 이른다.
일본 연구팀이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지금 같은 속도로 진행되면 금세기 말 경제적 피해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는 인류의 모든 경제활동의 10분의 1이 지구온난화를 방치한 반대급부로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 연구팀은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해 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미만으로 억제할 경우 피해액을 세계 GDP의 0.4∼1.2%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담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미 수조 원의 피해액 예측이 오가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동해에서 명태 대신 제주도가 주산지였던 방어가 잡힌다거나 개구리가 한 달가량 일찍 깨어났다가 얼어 죽는 등 소소한 생태계 변화가 주로 보고되고 있다. 당장 국내 피해가 크지 않다고 지구온난화를 강 건너 불구경 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인류는 모든 문제를 과학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개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인류가 지닌 과학의 힘을 비웃듯 이미 실생활을 넘어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가 ‘지구인’이란 자각을 가지고 지구와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미래엔 과학에 쏟을 재원조차 부족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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