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국내에서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이 된다. 중국 여성이 인천공항을 경유하다 지난달 20일 처음 확진된 이후 어제까지 3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는 우리사회의 모든 일상을 바꿔놓았다. 지난 한 달간 시민들은 감염의 위험 때문에 교류와 접촉을 피했고 자영업을 비롯한 경제 활동이 덩달아 얼어붙었다.
그렇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 방역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자 증가세가 크지 않고 확진 환자들도 12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완쾌돼 퇴원했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우리가 이 정도로 사태를 막은 데는 무엇보다 위험을 무릅쓴 의료진의 헌신적 방역과 진료, 위생수칙을 잘 지킨 성숙한 시민의식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어 규정상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을 주목해 확진자를 찾아낸 의사들의 판단력과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빠졌을 수도 있다.
시민들도 마스크 착용부터 손 씻기, 기침 예절 지키기 등 생활수칙을 자발적으로 지키며 바이러스 차단의 최일선에서 뛰었다. 헌혈 급감으로 한때 혈액보유량이 ‘주의 단계’인 3일분 미만까지 떨어졌으나 공직자 단체 헌혈 등이 늘면서 5.08일분까지 올라 고비를 넘겼다.
물론 다른 국가들보다 상황이 조금 낫다고 정부가 방역의 고삐를 늦추거나 시민들이 긴장을 풀어선 절대 안 된다. 29번 확진자부터 감염 경로를 특정하기 어려운 환자가 3명째 나온 것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를 크게 높인 것이어서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중국인의 국내 유입이 계속되는 데다 새 학기를 앞두고 중국인 유학생들도 국내로 많이 복귀한 상태다. 잠복기나 무증상 감염을 통한 지역사회 확산을 막아야 하는 중대한 분기점에 선 것이다. 감염원 유입 차단과 접촉자 격리에 중점을 둔 기존 대책에 추가해 지역사회 감염을 저지하기 위한 총체적 전략으로 더 촘촘한 방역망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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