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수원 영통·권선·장안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 등 경기 서남부 5곳을 새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 비율과 전매 제한 등 규제를 강화했다. 이들 지역은 1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는 등 가격 폭등 현상을 보인 곳들이다. 부동산 실거래법 위반, 편법 증여 같은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 등으로 구성된 전담 조직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을 내놓은 것은 작년 12·16부동산대책 이후 두 달 만이고 현 정부 들어 19번째다. 12·16대책으로 9억 원 이상 주택의 금융대출을 묶고 세금을 올리자 갈 곳을 찾지 못한 자금들이 수도권 남부로 몰리면서 가격을 급등시키는 ‘풍선효과’를 나타냈다. 그러자 다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부동산값이 오를 때마다 규제에만 의존한다면 ‘두더지 잡기’ 하듯 전국을 규제로 덮거나 전 국민의 부동산 거래를 모두 감시해야 할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했고 14일 기자회견에서는 “풍선효과는 예의주시하고 언제든 보완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강하지만 계속해서 보완대책을 내놓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효성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 이번 2·20대책을 놓고는 총선을 앞둔 여당이 반대해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부동산시장의 혼란만 더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대책을 전후해 인천과 경기 안산 산본 등 정부의 과녁을 벗어난 지역들의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규제하고 또 다른 지역의 집값이 오르면 또 규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듯하다. 이러다 집값 상승이 수도권 전체로 번지고, 노무현 정부 시절처럼 전국 주요 도시 대부분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 전철을 밟을 것이 우려된다. 노무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놨지만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57%나 올랐다.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잘못된 정책을 반복하는 건 아닌지, 부동산대책을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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