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우한폐렴) 환자가 어제 51명 추가돼 확진자는 총 104명으로 늘었다. 경북 청도에서는 폐렴 증상 사망자에 대해 확진 판정이 나왔다. 국내 첫 사망자다. 전날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신규 환자가 22명이었던 데 비해 확진자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전체 확진자 104명 중 대구경북이 67%(70명)를 차지했고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매우 크다. 중대본은 방역체계를 벗어난 ‘지역전파 시작 단계’라고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사태가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방역 및 격리·진료 수요 폭증에 따른 의료 공백이다. 대구경북은 이미 관내 의료진과 기관들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10여 명의 확진자가 나온 18일 하루에만 시내 5개 대형 병원 중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등 응급실 3곳이 폐쇄됐다.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적절한 처치를 받기 어렵게 됐음을 뜻한다. 이날 대구의 선별진료소 13곳에는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나 검체를 채취할 인력과 진단키트가 부족해 곤란을 겪었다.
현실과 괴리된 감염증 대응 수칙도 손봐야 한다. 현재는 확진환자가 다녀간 병원은 △의료진을 14일간 격리하고 △응급실을 사흘간 폐쇄하며 △해당 환자는 무조건 음압병상에 입원하게 돼 있으나 지역 확산이 폭증하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이지 않다. 대구시에서 사용 가능한 음압병상은 민간병원까지 포함해 54개, 경북까지 확대해도 88개에 불과하다. 전국 음압병상을 다 합치면 1027개지만 현재와 같은 확산세라면 의료 공백 상황이 전국으로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무엇보다 병원이 마비되면 일반 환자들의 피해가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보건소와 지방의료원 같은 국공립 의료기관을 한시적으로 코로나19 전담 진료기관으로 지정해 일반 병원과 이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당장 의료진 격리 및 의료기관 폐쇄에 대한 현실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진료의 이원화를 서둘러야 한다.
나아가 정부당국은 유독 한국에서 코로나19 폭증세가 나타나는 원인을 면밀히 점검해봐야 한다. 한국의 진단방법이 앞서가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입국 방역이 허술한 탓 아니냐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28개국이 14일 이내 중국 체류자의 입국을 금지한 가운데 이달 안에 수만 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입국하게 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책 방향이 적절한 것이냐는 의문에도 답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임을 인식해 고삐를 조이고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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